Liberty Or Death 플레이 후기 겸 간단 전략

rgm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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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7 오후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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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게임의 진행방식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그에 대해선 헐헐이님의 Cuba Libre 리뷰 글을 참조해주세요. 모든 COIN 시리즈 게임은 같은 시스템을 공유합니다.)
2주전에 테플, 지난 토요일에 본격적으로 플레이 한 후 느낀 바를 써보겠습니다.

Liberty Or Death는 대표적인 워게임 제작사 중 하나인 GMT사의 게임입니다. COIN이라는 시리즈에 속한 작품인데, 주로 현대를 배경으로한 소규모 분쟁이나 게릴라 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Fire In The Lake나 쿠바 혁명이 배경인 Cuba Libre 등이 있죠.

<COIN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자 입문작으로 불리는 Cuba Libre

Liberty or death는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으로 이전까지의 게임들(위의 두 게임이 각각 네번째, 두번째 작품입니다)과 달리 미국 독립전쟁이라는 과거 역사를 다룹니다. 얼핏 보면 게릴라전이라는 주제와 전혀 안 어울려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민병대들이 그 주인공이죠. 멜 깁슨 주연의 영화 `패트리어트` 에서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강대한 대영제국의 정규군과 정면으로 싸워선 이기기 힘듭니다. 토착민의 이점을 살린 게릴라전으로 영국군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게 최선이죠. 다른 GMT사 게임들이 다 그렇듯, 이 게임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룰을 통해 최대한 구현하려 했다고 봅니다.

총 네 진영이 있습니다. 반란을 일으킨 독립군과 이를 진압하려는 영국의 전쟁에 프랑스와 인디언이 개입한 형태입니다. 프랑스는 이전의 영국과의 전쟁으로 캐나다의 식민지를 상실한 것에 대한 보복(그래서 게임에서도 퀘백은 영국 지배하의 도시로 나옵니다)으로, 인디언은 적의 적은 나의 편이다라는 식으로 각각 독립군과 영국의 편을 든 셈이죠. 이런 상황이기에 각 진영은 일단 서로 협력은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기 진영의 이익이 우선입니다. 게임에서도 이들 진영들은 (지지도 이외엔) 따로 승리조건을 가지고 있고, 어느 한 진영이 승리조건을 달성하면 그 진영만 승리하게 됩니다. 연합 승리 그런 거 없습니다.

<사진의 말들이 각 진영의 장군들입니다. 왼쪽부터 영국(빨강), 독립군(파랑), 인디언(잘 안보이지만 갈색입니다), 프랑스(흰색)입니다. 장군들은 전투에서 보너스를 주고 고유의 특수능력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느낀 각 진영의 컨셉에 대한 설명과 그에 따른 기본 전략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1.영국

:이 게임의 배경은 18C입니다. 얼마 후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게 되는,영국이 일개 섬나라에서 대영제국으로 성장해가던 시기죠. 그렇기에 게임내에서 영국은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립군이 민병대 한 두 유닛 배치할 때, 영국은 정규군(전투 계산시에 민병대는 두개 당 힘 1에 체력도 1인 반면, 정규군은 한 개당 힘 1에 체력도 2입니다)만 여섯 개씩 배치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몇가지 사용상 제약이 따르지만 정규군과 같은 힘을 가진 왕당파 민병대(위 사진의 녹색 큐브입니다)까지 추가로 배치가능합니다. 이러니 독립군과의 전투에선 거의 밀릴 일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제약도 있습니다. 영국군은 멀리 떨어진 본토에서 원정온 부대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드넓은 곳이죠. 물자와 인력 보충에 애로사항이 꽃필 수밖에 없습니다. 해상강국 영국의 우월한 함대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긴 하죠. 게임에서는 병력보충과 재배치와 이동 모두 도시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 자유자재로 행할 수 있는 걸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함대가 무력화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고립된 영국군은 서서히 말라죽어가게 되겠죠. 프랑스 편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해상봉쇄는 프랑스의 핵심 전략이자 영국으로서는 최대한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입니다.

또한 영국군은 원정군입니다. 전쟁을 하러왔지 선전을 하러온 게 아닙니다. 이점은 지지도(인구수에 비례해서 올라가는데, 이게 높아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병력배치를 방해하는 부가효과도 가지고 있죠)를 획득하는데 있어 독립군에 비해 약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독립군이 한 번에 여러 군데에서 지지도를 올릴 수 있는데 반해 영국군은 한 지역만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영국은 전투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게임에선 전투로 두 유닛 이상의 적을 격파하면 죽인 적 유닛의 절반 만큼의 지지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영국의 부가적 승리조건인, 사상자 누적수가 적 연합(독립군+프랑스) 보다 적어야 한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봅니다. 결국 영국 플레이의 핵심은 최대한 유닛을 집중해 적을 확실히 격파하여 지지도와 적의 사상자 누적수를 끌어올려 승리한다 라고 볼 수 있겠네요.

<BOSTON의 영국 국기 옆의 토큰이 지지도 마커입니다>

2.인디언

:어떤 면에서는 독립군보다도 COIN 시리즈의 주제에 맞는 진영입니다. 정규군 없이 민병대(War party라고 불립니다)만 존재하는데 그나마도 수가 적습니다. 독립군 민병대의 절반 정돕니다. 심지어 전투명령도 없습니다. 영국군과 함께 하거나 방어전 일때만 전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인디언 플레이의 핵심은 게릴라전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인디언은 습격(Raid)이라는 명령을 통해 독립군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독립군에 대한 지지도를 떨어뜨리고 다시 이를 수복하는 걸 방해하는 마커까지 배치해버리죠. 한 번 명령에 최대 세 지역에서 이짓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연계되는 특수능력으로 독립군의 자원을 그 지역의 인구수만큼 약탈해 올 수도 있습니다(다만 약탈은 배치된 독립군의 수보다 인디언 유닛의 수가 더 많아야만 가능합니다. 이미 많은 유닛이 배치되어있는 후반부 시나리오에선 사용하기 어렵더군요. 차라리 한 두 명씩 영국군에 합류해 잡입 유닛 전투보너스 주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독립군의 강점이 지지도를 쉽게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방해하는 습격은 인디언의 주요 전략이 돼겠죠.

다만 인디언은 자원이 부족합니다. 세개의 시나리오 중 두개는 자원이 0에서 시작할 정돕니다. 특수능력을 통해 영국에게서 자원을 빌어올 수 있지만, 영국 플레이어가 자기 쓰기도 빠듯한 자원을 나눠줄 지는 의문입니다. 그렇기에 인디언은 마을을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유닛 두 개를 마을 하나와 바꿔 배치할 수 있는데, 이 마을이 매우 중요합니다. 겨울 숙영지(한 페이즈의 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턴에 각 진영은 자원을 받게 되는데, 인디언은 마을 수 절반만큼 자원을 받습니다. 거기에 습격을 하거나 영국군을 도울 목적으로 분산 배치한 병력을 마을이 있는 지역에 재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마을이 있는 지역은 그 갯수만큼 유닛을 더 배치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인디언의 부가적 승리조건이 독립군의 요새보다 일정 갯 수 이상 더 많은 마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결국 인디언 플레이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마을을 배치해가면서 습격과 약탈을 통해 독립군을 방해한다 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갈색의 육각형 큐브가 인디언 유닛입니다. 딱 봐도 적어보이지 않나요?>

3.독립군

:먼 훗날의 위세는 찾아볼 수 없는, 아직은 갓 태어난 아기 신세인 미국입니다. 역사상으로는 대륙의회라 불리던 세력이죠. 알려진 것과 다르게 처음 독립군은 식민지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3분의 1정도 만이 찬동했을 뿐이죠. 3분의 1은 영국왕에게 충성하는 왕당파들, 나머지 3분의 1은 이긴 쪽에 붙을 심산으로 관망하고 있었죠. 모두가 한데 뭉쳐 저항해도 이길까 말까한 상황에 이렇게 분열되어 있었으니 전황이 불리할 수밖에요. 실제로도 초기의 독립군은 사라토가 등의 일부 전투를 제외하곤 영국군에게 밀려 도망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임에서도 이점을 반영하여 독립군 단독으로는 영국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괜히 지지도나 높여주는 결과만 낳을 뿐이죠. 따라서 초반 독립군의 전략은 일부 분산된 유닛을 제외한 적의 주력과의 충돌은 최대한 피하는 것입니다.

물론 도망만 다녀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지역을 빼앗기다 결국 패배하게 되겠죠.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닛이 민병대와 요새입니다. 민병대는 앞서 말했듯이 전투력은 약하지만 선전 명령을 통해 승리에 크게 기여하는 유닛입니다. 민병대가 위치한 지역마다 지지도를 하나씩 올리고 적의 지지도 상승을 방해하는 선전 마커까지 배치할 수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하다 싶으면 특수능력인 모금을 통해 자원까지 얻어올 수 있죠. 영국이 한 번에 한 지역에서나 지지도 올릴 때 미국은 자원만 충분하다면 서너곳에서 지지도를 올리고 상대를 방해까지 할 수 있는 겁니다. 민병대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죠.

요새는 인디언의 마을 못지않게, 아니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유닛입니다. (인디언 마을처럼) 부가적 승리조건이고 겨울 숙영지 턴의 자원 획득과 유닛 배치수를 늘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에 더해 배치한 지역에서 방어전을 수행할 때 그 숫자만큼 아군의 피해는 줄이고 적의 피해는 늘려줍니다. 심지어 (배치 명령을 수행할 때) 요새가 있는 한 지역의 민병대를 전부 정규군으로 전환시켜주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강력한 유닛인데 전투로 제거될 때도 아군 유닛이 전부 죽은 후에나 제거됩니다. 영국 입장에선 정말 눈엣가시같은 유닛이죠. 영국도 요새를 만들 수는 있지만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특성상 독립군만큼 활용도가 높진 않습니다. 결국 독립군 플레이의 핵심은 핵심 지역(인구가 많은 지역)에 요새와 정규군을 배치해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 버티면서 민병대를 활용해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자원을 확보하는 것 인거 같습니다.

<파란색의 별모양 유닛이 독립군 요새입니다. 인구 2의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적절하게 배치돼 있죠.>

4.프랑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영국과 앙숙으로 지낸 국가인 프랑스입니다. 사실 미국 독립전쟁은 프랑스에게 별로 득될 것이 없었음에도 영국을 엿먹이기 위해 참전했죠. 얻은 것 없이 막대한 비용만 소모한 이 전쟁은 훗날 대혁명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이 사실을 반영한 듯 프랑스는 유닛을 배치할 때 다른 진영의 두 배씩 자원을 소모합니다. 그 외에도 독립군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을 써야 하는 등 이래저래 자원확보가 중요한 진영이라고 할 수 있겠죠.

(마지막 시나리오를 제외하면)처음의 프랑스는 유닛을 배치할 수 없습니다. 동맹조약(TOA)이라는 카드를 쓴 후에야 가능하죠. 동맹조약을 하려면 프랑스의 가용전력(지도에 배치가능한 병력. 초기 시나리오의 경우 프랑스는 아예 0에서 시작합니다.) 수와 영국군 최대 사상자 누적수가 16이상이어야 합니다. 전자는 특수능력을 통해서, 후자는 독립군에 자원을 지원하거나 일부지역에 직접 독립군 유닛을 배치해주는 프랑스 첩보원 동원 명령을 통해 달성이 가능합니다. 즉 조약 전에는 최대한 독립군을 지원해 국지전에서 승리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조금씩 가용전력을 늘려가야 하는 것이죠. 조약 후에는 지금껏 모은 프랑스 유닛을 배치하고 독립군과 같이 영국군을 격파하면 됩니다. 프랑스 유닛은 전부 정규군이기에 독립군과 함께라면 힘으로도 영국군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부가승리 조건이 영국과 같다는 점을 보면, 결국 프랑스도 전투를 중시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죠.

프랑스의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이 앞서 영국군 설명에서 언급한 봉쇄입니다. 프랑스 함대에게 봉쇄된 지역의 영국군은 배치, 재배치, 이동 모두 못하고 전투가 일어나면 추가 피해까지 받습니다. 영국군의 최대 장점인 (도시를 중심으로 한) 자유로운 병력의 배치와 이동이 차단되는 셈이죠. 따라서 프랑스는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특수능력을 통해 영국군이 주둔한 주요 도시들을 봉쇄해야 합니다. 아마도 조약 이후의 프랑스의 특수능력은 대부분 봉쇄가, 영국은 봉쇄해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결국 프랑스 플레이의 핵심은 동맹조약 이전엔 최대한 독립군을 지원하다가 조약 이후엔 영국의 주요부대들을 봉쇄로 고립시킨 후 독립군과 함께 각개격파하는 것 이라고 봅니다.

<동맹조약 이전의 상황입니다. 맵어디에도 흰색 프랑스 큐브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Liberty or Death는 유독 한국에선 평가가 박한 듯합니다. 다른 카페나 블로그는 물론이고 여기 보라에서도 관련글을 거의 찾아볼 수 없죠. Geek 순위를 보면 워게임 기준 47위로 괜찮은 편이고 작년 GMT 게임 전체 판매량에서도 수위에 들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미국독립전쟁이 별로 인기있는 주제가 아니어서도 있지만(보드게임만이 아닌 미디어 전체로 봐도 그렇습니다. 위에 예시로 든 패트리어트 정도니까요. 현 세계 최강대국이자 세계 최초의 근대 민주국가가 탄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정돕니다.) 무엇보다도 애매한 포지션이라는 점이 크다고 봅니다. 이쪽 역사에 관심이 없고 일반적인 유로 전략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룰이 너무 어렵고 복잡합니다. 반면에 이미 어렵고 복잡한 룰에 익숙한 워게이머들에게는 좀 시시하게 느껴질 거 같더군요. 전투는 정말 워게임이라고 불릴 최소한 정도로만 구현해 놓은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테마게임을 좋아하고(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가 엘드리치 호럽니다ㅎㅎ) 역사에도 관심많은 저에게는 워게임에 맛을 들이기에 최적인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도 조금 이라도 더 이게임을 쉽게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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