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 더 마인드 리뷰 :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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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25 오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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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8년

게임 타입 : 협력게임, 카드게임

플레이 타임 : 15분

플레이 인원 : 2-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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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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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게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배울 때도, 즐길 때도, 리뷰를 쓸 때도 할 말이 참 많거든요. 오늘은 기다림이란 요소를 게임으로 승화시킨 더 마인드를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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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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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인드는 매 라운드마다 1부터 100 사이의 숫자가 적힌 카드를 무작위로 나누어 받아 오름차 순으로 사용하는 협력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인원 수 만큼의 생명과 1개의 특수카드를 받습니다. 그리고 1라운드엔 1장, 2라운드엔 2장… 하는 식으로 숫자 카드를 받죠.

라운드가 시작되면 플레이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으며, 서로를 응시하고 기다리는 것만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엔 차례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자신이 가장 낮은 카드를 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즉시 카드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누군가 더 낮은 카드를 들고 있다면, 그 플레이어(들)는 손을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카드를 버림과 동시에 생명을 하나 잃습니다.

게임 도중 특수 카드(표창 카드)를 사용하면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진 가장 낮은 숫자의 카드 한장을 버릴 수 있습니다.

특정 라운드를 클리어 할 때마다 생명/특수 카드를 하나 받게 됩니다.

이렇게 반복하여 정해진 라운드 수(약 8 ~ 12) 만큼 버티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게임이 쉽다고 느끼면 카드를 비공개로 엎어 내는 변형 규칙을 통해 난이도를 높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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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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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상의 전환

보드게임의 재미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기다림입니다. 보드게임이란건 즐겨야 재밌는 법. 아무리 잘 짜여진 명작 게임을 즐기더라도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누가 즐거워 할까요? 그런 게임은 대체로 ‘게임은 재밌지만 너무 늘어진다’ 는 애매한 평을 받으며 기피하게 됩니다. 게임을 디자인 할 때도 주의해야 할 부분 중 하나죠.

그런데 더 마인드는 이런 편견을 뒤집어 기다림이란 따분한 요소를 긴장감 있는 눈치게임으로 바꾸는데 성공 했습니다. 더 마인드처럼 발상을 전환한 게임이 또 하나 있죠? 바로 사기나방 입니다. 일반적으로 절대 해서는 안될 반칙이란 요소를 시스템으로 정식 채택하는 대범함을 보인 게임이죠. 이런 발상을 전환으로 승부를 보는 게임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왜 아무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왜 이런 게임이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참 신기할 노릇입니다.

2. 간결한 규칙

더 마인드가 가진 뛰어난 장점 중 하나는 규칙의 간결함 입니다. 너무나도 간단한 나머지 1분 안에 게임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간단한 파티 게임은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도, 게임을 설명하는 입장에서도 참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 재미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 / 배운다는 것은 어찌보면 참 고역이거든요. 1분 내로 설명할 수 있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빵빵 터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파티게임으로써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3. 시간 감각

자, 이제 게임에 핵심 요소. 즉, 시간 감각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더 마인드의 핵심은 서로가 가진 다른 시간 감각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게임입니다.

처음 게임을 즐길 땐 여기저기에서 제멋대로 나오는 카드 때문에 순식간에 게임이 끝납니다. 20 차이나는 숫자를 들고 왜 그리 오래 기다린건지, 왜 50이나 차이나는 숫자를 들고 왜 그리 빨리 낸건지 이해할 수 없죠. 그러나 서로 “좀 더 기다리지 그랬냐”며 아웅다웅 다투며 연거푸 반복하여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느샌가 점점 더 많은 라운드를 버티게 되죠.

서로의 시간 감각에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막연한 느낌만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기 때문에 실수연발이지만, 게임을 즐길수록 ‘왜 안내지? 이쯤 되면 냈을텐데? 내가 가장 낮은 카드를 들고 있나?’ 하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추측은 상대를 알아갈 수록 점점 예리해지죠. 나중에는 70,72,74 같은 근접한 숫자를 호흡 맞춰 사용하는 팀원들을 보며 깜짝 놀랄겁니다. 이렇게 예리한 감각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팀워크를 느끼고, 무언의 대화를 하게 되며, 함께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비슷한 게임으로 하나비가 있습니다. 게임 내내 서로가 주고 받는 대화는 색과 숫자에 대한 힌트 뿐이지만, 그 뒤에 담겨있는 ‘지금 사용해’, ‘아직 쓰면 안돼’, ‘내가 놓은 다음에 사용해’ 같은 숨겨진 대화가 오가며, 이 힌트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가가 중요한 게임입니다. 더 마인드는 기다림이란 방법 하나로 비슷한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서로의 시간 감각을 체득 했을 때, 게임에서 보여지는 결과는 정말 굉장하면서도 뿌듯합니다. 기다림만으로 이렇게까지 대화를 할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해요.

자, 그럼 더 마인드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1. 전략의 부재

엄밀히 말해 전략의 부재라는 표현은 틀립니다. 표창 카드를 사용하여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이 손에 든 가장 낮은 카드를 버린다는 규칙이 존재하거든요. 이 방법을 통해 서로가 가진 카드에 대한 어림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쓰냐에 따라 위험한 상황을 예방하기도 타개할 수도 있죠.

그러나 사실상 거기까지가 전부 입니다. 어떠한 의사소통도 허가되지 않는 게임 규칙 상 의존할 수 있는건 서로가 느끼는 시간 감각 뿐. 시작부터 끝까지 이 감각에 의존하여 게임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이 감각이란건 꽤나 부정확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계속되는 실수, 잠깐의 딴 생각, 불확실에서 나오는 머뭇거림. 이런 요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방해 요소가 됩니다.

게다가 카드의 범위가 10,30,50,70 처럼 고르게 분포 되어 나누어졌을 때와 2,3,5,6,9,11 식으로 특정 범위 내에 집중되어 나누어졌을 때의 난이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숫자가 고르게 분포 되어있을 땐 여유 있는 기다림이 가능하지만, 후자의 경우 서로가 ‘내 카드가 가장 낮다’ 고 생각할 확률이 크게 늘어납니다. 자연스럽게 실수도 자주 나오지요. 결국 플레이어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카드가 어떻게 나뉘는가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요동치게 됩니다.

더 마인드를 통해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언젠가 ‘카드 운이 나빴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됩니다. 그 순간 더 마인드가 가진 서로의 시간 감각을 배우는 재미는 끝났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때부턴 얼마나 카드가 좋게 나오냐의 차이일 뿐. 안그래도 깊이가 부족한 더 마인드의 매력이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2. 테마와 카드 뒷면

게임에 치명적인 문제를 주는건 아니지만…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가 안되는 테마(표창, 토끼, 숫자…)와 손상에 약한 카드 뒷면은 조금 아쉽습니다. 특히 뒷면의 경우 테두리가 검은색인데요. 이런 색상은 이물질이나 벗겨짐에 굉장히 취약한 편입니다. 손상에 예민하신 분들은 슬리브를 꼭 씌우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더 마인드는 기다림이란 요소를 게임의 핵심 시스템으로 활용하며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보드게임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더 마인드를 소개해 줄 생각입니다. 올해 가장 인상 깊은 게임을 하나 고르라면 더 마인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전체적인 인상을 보았을 때 저는 하나비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불확실한 감각에 의지하여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보다, 힌트를 이용하여 보다 확실하고 명료하게 나의 의도를 전달 할 수 있는 하나비가 좀 더 전략적이고 깊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변형규칙에 있어서도 다색 카드를 활용할 수 있는 하나비의 재미가 훨씬 뛰어났으며, Finesse / Reverse Finesse 등 독특한 하우스 규칙으로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부분도 하나비가 뛰어났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아주 가끔 서너번 즐길 간단한 파티 게임일 뿐, 하나비처럼 누군가와 꾸준히 즐길 게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 마인드에 좀 더 전략적인 요소가 많았다면 하나비를 제칠 수 있는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나 디자이너의 참신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블로그 :: https://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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