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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의 반성문 (사랑방 번개 180304)
안녕하세요. 레이지니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제가 좋아하는 4인 전쟁게임 "프리드리히"를 세 분에게 룰을 알려드리면서 플레이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시작 셋팅입니다.
서쪽에 빨간색이 프랑스군, 남쪽의 흰색이 오스트리아군(노란색은 신성 로마제국군), 동쪽의 녹색은 러시아군(북쪽의 연두색은 스웨덴군)입니다.
중앙의 짙은 파랑은 프로이센군, 하늘색은 하노버군입니다.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설명은 제가 한 2년 전에 보라에 올린 글에 정리되어 있을겁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언급하면, 유럽에서 벌어졌던 7년 전쟁을 배경으로한 게임으로 4명의 플레이어가
-프리드리히 : 프로이센+하노버
-마리아 테레지아 : 오스트리아+신성로마제국군
-퐁파두르 : 프랑스
-엘리자베타 : 러시아+스웨덴
역할을 맡고 각자의 승리를 위해 싸우는 게임입니다.
프리드리히를 제외한 3명은 프리드리히를 상대로 각자 운영하는 국가들이 점령해야하는 목표 도시가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목표 도시를 모두 점령한 국가를 운영하는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프리드리히는 다른 3명이 승리하지 못하게 막으면 승리합니다.
게임은 처음 5턴 동안은 아무 이벤트도 발생하지 않으며, 6턴부터는 턴이 끝나면 운명의 카드를 1장씩 뽑아서 역사 이벤트를 발동시킵니다.
20여장의 이벤트 카드 중에서 6장의 핵심 이벤트가 있습니다.
프랑스가 해외 식민지 전쟁에서 패배해서 약해지는 카드가 2장
프로이센이 약해지는 카드가 2장 (영국의 원조 축소)
스웨덴이 평화조약으로 전쟁에서 빠지는 카드 1장
러시아 여제가 사망해서 러시아가 전쟁에서 빠지는 카드 1장
프랑스가 약해지는 카드가 2장째 나오면 프랑스 군은 전쟁에서 빠집니다.
거기에 러시아, 스웨덴까지 3개 국가가 모두 철수하면 프리드리히 플레이어의 승리가 됩니다.
즉, 프리드리히는 그때까지 버텨야하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세 명의 플레이어는 서로 공격하지 않는 동맹이지만 협력 관계가 아닙니다. 승리는 오직 자기 목표를 이룬 사람에게만 주어집니다.
세 분이 첫 플이시고 아무도 원치 않으셔서 제가 프리드리히 역을 맡았습니다. (망했어)
첫번째 턴이 지난 모습입니다. 동부 프로이센 장군이 용감하게 러시아 보급을 노리려고 남하한게 눈에 띄입니다.
세 번째 턴 종료 장면입니다. 프랑스가 하노버 영토의 2도시를 점령했고, 오스트리아는 한 곳, 신성 로마제국군은 두 곳을 점령, 스웨덴이 네 곳을 점령합니다. 러시아는 동 프로이센에서 한 곳을 점령했네요.하지만 장군들이 보급선 때문에 더이상 뻗어가기 힘들어 보입니다. 스웨덴을 견제하기 위해 프로이센 장군이 압박하고 있네요. 프로이센 장군 한 명이 하노버쪽을 지원하러 프랑스 옆구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네 번째 턴이 끝난 상황입니다. 프랑스가 하노버 남쪽에 밀집해있고, 스웨덴은 프로이센 장군에게 밀려나서 보급이 끊겨있네요. 신성로마제국이 야금야금 목표 도시를 먹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 남부 슐레지안보다 서쪽으로 슬금슬금 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5턴이 지나면 언제 여제나 스웨덴이 철수할지 모르는 불안함을 안고 있기 때문에 슬슬 싸움을 걸어오려고 합니다. 프로이센이 계속 카드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다섯번째 턴이 지난 장면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4개의 덱이 거의 다 떨어져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두 큰 전투가 별로 없었고 카드를 꾸준히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몇 턴 째인지 모르겠으나, 이쯤 되서야 신성로마제국의 무서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목표 도시의 대부분을 점령했더군요. 그리고 교묘하게 오스트리아 군으로 프로이센 군을 막습니다.
그래도 이때까지도 전투를 하더라도 최대한 크게 싸운지 않고 한칸 후퇴 작전으로 버텼습니다. 동쪽 러시아 영토에는 보급부대를 전달했습니다. 이 보급부대로 동 프로이센의 장군 하나로 러시아 군의 견제를 하자는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때 제가 큰 실수를 합니다. 러시아 장군과 다이아 전역에서 크게 싸운것입니다. 이때 다이아가 제가 가장 강한 영역이었는데, 이때 거의 80%의 다이아 카드를 소모했습니다. 전투는 이겼지만 얻은게 없었습니다. 부대를 전멸시키지도 못했고, 그저 카드만 서로 소비했죠. 이게 이후 모든 불리한 전황을 만들어냅니다.
한 턴에 카드가 7장 2장 4장 4장 5장 2장 = 14+10= 28장이 사라집니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덱은 한 덱에 50장이라 200장의 카드를 쓰는데, 5턴 동안 카드를 모았다면, 140장.
7턴까지도 거의 큰 전투 없었고, 전투를 걸어와도 프로이센으로 제가 카드를 안쓰거나 1장 쓰는 걸로 1칸 후퇴 결과를 만들어서 전투를 피해왔습니다. 그랬더니 카드 덱이 섞을 것도 없이 모두 떨어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막고자 일부러 전투를 조금 많이해서 카드를 소모한 의도도 있었습니다. 후에 안 것이지만, 디자이너가 긱에서 답변한 것을 보니, 이럴땐 추가로 일반 트럼프카드를 사용해서 A를 빼고 2~K까지와 조커 2장을 쓰라고 하더군요. (제길.ㅠㅠ)
이제 오스트리아의 의도는 명확해졌습니다. 오스트리아 장군들로 작센과 프로이센 경계를 방어하고, 작센을 신성로마제국군으로 점령해서 로마로 승리하려는 작전이었습니다.
이 작전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앞서 다이아 지역에서의 전력을 소모했기 때문입니다. 위의 지도에 보이는 작센 땅의 핵심 지역은 다이아 입니다. 이때 신성로마제국군이 자신의 1차 목표를 모두 점령합니다.
때문에 만약 이번 이벤트 카드에서 러시아 여제의 죽음 발생한다면, 신성로마제국군은 그대로 승리하게 됩니다. (이벤트에 따라서 승리 조건이 쉬워지는 국가가 신성로마와 스웨덴입니다.)
근데 희희낙락하던 오스트리아에게 위험한 가능성도 등장합니다. 만약 프랑스 군이 약해지는 카드가 2장 다 나오면 프랑스군은 철수합니다.
그렇게 되면 프랑스 군을 운영하는 플레이어는 즉시 신성로마제국군을 넘겨받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승리조건도 쉬워지죠.ㅋㅋㅋㅋ
다시말하면 오스트리아를 희생해서 신성로마로 승리하려는 플레이어가 잘못하면 그대로 승리를 옆사람에게 갖다 바치는 격이 되는거죠. ㅋ
처음 겪어본 신기한 상황이었고, 그제서야 게임 규칙에서 왜 신성로마제국군의 운영을 넘기는 규칙이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오스트리아 플레이어가 신성로마로 이기려면 시간을 너무 끌면 안되는 겁니다. 신성로마가 목표 도시의 갯수가 적고 그들이 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것은 그런 밸런스까지 고려한 것이더군요.
그리고 동 프로이센의 장군에게 보급부대를 주면서 동 프로이센 도시 세 곳을 넘겨준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 장군은 게릴라가 아니라 방어에 힘써야 했습니다. 뒤늦게 깨달았죠. 내가 필요없는 전략을 시도한거였구나.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때부터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이 충돌하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게임을 끝낼 이벤트 카드가 나오지 않아서 시급하게 오스트리아군을 몰아내는 프로이센 군이 보입니다. 이때 매우 후회했습니다.
슐레지안에 있는 프로이센 장군 2명을 빠르게 작센으로 옮겨와야하는데, 보급부대가 없어서 오스트리아와 신성로마의 후방으로 치고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프로이센의 보급부대 부족을 느꼈습니다. 아, 저 동쪽 멀리 간 보급부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한편 하노버는 한 장군이 후방에서 도시를 지키고 있고, 보급부대와 나머지 장군은 서쪽으로 우회해서 프랑스 후방을 노리러 갑니다.
남쪽이 너무 시급해진 나머지 북부를 러시아군에게 조금 무방비로 내버려뒀습니다. 물론 장군 하나가 스웨덴과 러시아의 목표 도시를 방어하고는 있습니다.
프랑스 군과 오스트리아 군 사이에 프로이센 군이 껴있습니다. 저 할레는 매우 중요한 곳인데, 저 곳에서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군에게 번갈아가면서 후퇴하면서 병력이 야금야금 줄어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때 저기서 빠지면 안되고 병력 증원을 통해서 계속 버텨줬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혹은 깊숙히 오스트리아 군을 뚫고 내려가서 신성로마군을 밟았어야 했습니다. 이때가 마지막 찬스였던 것 같습니다.
하노버는 프랑스군 후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오스트리아와의 전투에서 밀려난 프로이센군 덕분에 프랑스가 가장 먹기 힘든 프로이센 땅의 도시 2개를 모두 먹었습니다.
이때도 잘못된 선택이란건 모른체 저는 결국 다이아에서 싸워야 할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고,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싸우려고 병력을 한데 모았습니다. 병력 증원도 최대한 했죠. 뒤에 얘기하겠지만 그게 더욱 큰 실수였습니다.
마지막 전투라고 생각하고 다이아 지역으로 스스로 병력을 끌고 들어갔습니다. 신성로마를 막을 길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시간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돌아보면 이건 실수 였습니다. 장군들을 분산해서 사방에서 다양한 루트로 뚫고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이 모든게 보급이 부족한 것, 다이아를 너무 소모했던 것, 등등의 앞선 실수들이 누적된 결과였습니다.
프로이센은 오스트리아군에게 다이아에서 싸움을 걸었지만 결국 졌습니다.
거기에 더 최악인 것은 3명의 장군이 모여있던 전투에서 다이아가 한 장도 없고, 병력이 너무 많은 장군들이라 상대가 전투를 걸었을 때 이쪽에서 후퇴할 틈이 없었습니다.
병력 10이상 뭉쳐있던 장군 3명이 다이아 카드 한장에 산화되었습니다. 흘.; 게임이 터졌죠. 이때. 확실히. 이 터진 장군들이 있었다면 러시아 군의 베를린 점령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해졌죠.
신기한게 그 뒤에 이제 신성로마가 이기는지 했지만, 게임은 러시아와 프랑스가 이겼습니다. ㅋㅋㅋㅋ
프로이센으로 러시아의 본토 점령을 막을수 있는 곳에 장군이 없었고, 신성로마는 아직 한 곳의 점령지가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성로마 장군을 프랑스를 우회했던 하노버 장군이 온힘을 다해 공중분해시켜버렸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군은 모든 힘을 다쓴 하노버의 북부 도시를 가볍게 군화발로 짓밟고는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게임은 약 10턴 정도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는 러시아와 프랑스 플레이어의 승리,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플레이어의 패배입니다. 초반에 그렇게 많은 희생을 한 러시아가 승리했다는 것도 참 신기했고, 그렇게 교묘하고 완전해보인 작전을 성공시킨 듯 했던 오스트리아가 패배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중반 오스트리아와 로마의 승리가 너무 가까워보였고, 이를 막기 위해 프로이센은 불리함을 무릅쓰고 모든 에너지를 남부에 쏟을 수 밖에 없었고, 여기서 분명히 실수도 많고 실패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신성로마의 승리가 계속 지연되었고, 그 사이 프로이센의 관심 밖으로 나간 러시아와 프랑스는 오스트리아와 신성로마를 막기위해 모든 힘을 다 쏟은 프로이센과 하노버를 마지막에 손쉽게 밀어내면서 승리했습니다.
< 프리드리히의 반성 >
이 게임에서 프리드리히였던 저의 가장 큰 실수는, 처음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하나의 무늬의 모든 카드를 다 소모해버렸다는 것입니다. 이 카드들이 있었다면 작센에서 오스트리아 군과 충분히 싸울 수 있었을 겁니다. 아마 오스트리아는 이를 알고 다이아 지역에서 신성로마를 보호하는 진형을 펼쳤던 것이겠지요. 프리드리히는 자신이 약한 무늬를 결코 드러내서는 안됩니다.
두 번째 실수는 신성로마제국의 위협을 조금 늦게 알아차렸다는 것입니다. 초중반 오스트리아가 굉장히 소극적으로 국경에서만 있길레 아, 좋네~하고 넉놓고, 신성로마는 장군 1개 밖에 안돼~하면서 신경을 안썼다가 아주 큰 코를 다쳤습니다. 러시아가 보호해줄 수 없는 스웨덴과는 달리, 신성로마는 바로 옆에 강력한 오스트리아가 있다는 것을 진심 깨달았습니다.
세번째 실수는 병력을 집중 시켰다는 것입니다. 프리드리히는 지켜야할 곳이 많았고, 작전을 수행해야하는 곳이 많습니다. 전선이 매우 넓은 것이죠. 이를 저는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두 더미를 2,3층으로 쌓은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한 두번의 전투 실패와 후퇴가 많은 도시를 빼앗기게 만들었습니다. 한 장군이 밀려나도 다른 장군이 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제2", "제3" 대비책을 마련하기 쉽게 했었야 했습니다. 저는 너무 전투에서의 이익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전선이 좁아졌기 때문에 상대가 내가 약한 전선으로 나를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동부전선의 외로운 장군에게 최대 병력인 8을 줬었습니다. 그러나 후에 매우 후회했습니다. 이 장군은 결국 시간 끌기를 해주는 역할입니다. 8의 병력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러시아가 이 장군을 그리 자주 건드릴 수가 없거든요. 세 나라중 가장 빈약한 공격력의 러시아입니다. 만약 8을 줬다면, 최소한 게릴라가 아니라 전면에서 도시들을 방어하면서 방어적 전투를 많이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장군은 병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았죠. 이렇게 병력을 많이 준 이유는 조금씩 전투에서 밀려나면서 버티라는 뜻이었는데 작전의 일관성이 떨어졌습니다. 이 장군으로 전 전투를 이기려고 했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봅니다.
프리드리히로서 플레이를 그동안 3~4번 한 것 같은데 패배한 경우는 그 원인이 늘 같았습니다. "카드를 아끼지 않았다"입니다.
다시 한 번 프리드리히로 머리를 싸매고 7년 전쟁을 하고 싶네요. 너무 후회가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물론 매우매우 꿀잼이었지요.)
사랑방에서 정모나 번개에 함께 하고 싶은 분은 언제든 저 레이지니에게 카톡을 주시길.^^ (카톡ID: JiniHan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