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마이어의 문명 신판 (17년) 플레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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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3 오후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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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열심히 한글화한 문명을 돌려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중요한 에러플을 2가지나 해서 완전한 분석을 못 해드릴 것 같고, 몇 가지 항목을 정해서 그에 대한 내용을 말씀 드릴게요.

1. 구판과의 차이점

아마 가장 궁금해하실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신판 룰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어? 게임 생각보다 재밌어보이는데?" 였습니다. 구판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구판 룰도 원래 이랬었나? 그 동안 오해?했었네 이런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히"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2. 전체적인 인상

우선 이 게임이 4X 게임(탐험, 확장, 착취(자원), 섬멸의 요소가 들어간 게임)이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아실 거에요. PC 게임으로도 너무 유명하니까요. 룰을 보고 게임을 하면서 느낀 것은 "문명 테마의 4X 게임"을 정말 작정하고 간략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구나 였습니다. 이것보다 더 줄이면 4X 게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

이것은 장단점이 있겠죠. 문명 테마의 4X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대한 불륨을 느끼면서 자신의 제국(은하제국이든 역사적 제국이든)을 발전시키고, 경쟁 제국과의 외교(라는 이름의 협잡) 또는 전쟁을 통해 승리를 달성하는 이런 부분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번 작은 볼륨이 줄어들면서 이런 재미 역시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구판과의 비교가 아닙니다. 다른 문명 테마의 4X 게임과의 비교입니다.)

대신 플레이 스타일 조금 박진감 있게 변했다고 할까요. 게임의 목표는 승리 조건 세 가지를 달성하는 것인데, 이 조건들이 꽤 쉬운 편입니다. 게다가 한 번 달성하면 그 후 상황이 바뀌어도 취소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 원더 2개를 차지한다."라는 조건이라면 게임 중 한 순간이라도 2개를 차지하면 그 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더라도 달성이 취소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문명 게임처럼 충분히 원하는 대로 발전시키고 자웅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부족한 상황에서 견제하다, 빈 틈을 노려 승리하는 식의 플레이가 이루어질 것 같았습니다.

3. 플레이 후기

"같았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슬프게도 이 부분에 영향을 크게 주는 에러플로 인해 막판이 루즈해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상황 설명을 조금 해드리면, 저희 승리 조건 중 하나로 나온 것은 "성숙 도시 5개 짓기" 였는데요. "성숙 도시"라는 것은 게임 내 나오는 개념으로, 모든 인접 칸에 자신의 지배 마커가 놓인 도시를 뜻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지배 마커들이 강화되어야만 성숙 도시가 되는 것으로 보고 플레이를 했었네요.

이것도 모자라 도시의 방어력 보너스는 지형 난이도(산이면 5, 사막이면 4, 이런 식의 난이도가 지형마다 있음)의 2배를 받아야 하는데, 그냥 1배만 받고 해서 서로서로 상대 도시를 너무 쉽게 빼앗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는 과학 테크의 최종 무기인 원자 폭탄의 성능(한 지점과 그 주변의 지배 마커를 제거함, 강화된 것이었다면 비강화 면으로 뒤집음)이 op급이 되어버려서, 서로 2~3방씩 날리면서 도시를 먹었다가 빼앗기는 상황만 반복되어서 마무리가 영 찝찝했습니다.

집에 오는 내내 이런 상황이면 막판이 너무 루즈하고 별로다, 원자 폭탄을 안 올릴 수 없겠다. 역시 문명은 핵인가? 장터에 "개봉 1회플, 한글화 완"이라는 글을 올려야 하나 등등 별별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에러플이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4. 마무리

결론은 "정확한 감상과 평가는 다음 게임을 해봐야 되겠다" 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중반까지 원더를 짓고, 테크를 올리고, 도시를 늘리고 하는 과정은 분명 괜찮았습니다. 에러플을 잡으면 이 과정이 이전보다 긴박하게 흘러갈 것 같네요. 말씀 드렸다시피 승리 조건이 쉽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약간 유로 게임스러운 느낌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리 조건 파악하고 최소한의 액션으로 필요한 원더와 요지를 점령을 위해 머리를 굴리는 방식이 유로 게임의 그것과 비슷하거든요.

어쨌든 정확한 평가는 2번째 게임을 해보고 한 줄 평으로 올리겠습니다. 그 후에 게임이 방출될지 아니면 제 소장 목록에 남아있을지 결정될 것 같네요. 저는 소장 목록을 일정 수 이상을 절대 안 넘기는 편이라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대체가 있거나 내가 먼저 꺼내 들진 않을 것 같거나 세팅이 너무 불편해, 쓸데없는 퍼즐이 끼어있어 등 각종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여 방출하거든요. 최근엔 정령섬도 팔았으니, 제 소장 목록의 신뢰성은 바닥에 가깝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결국 이것도 팔겠다는 건가? 라는 생각을 드실 것 같네요. 정확히 말씀 드리면 반반입니다. 저는 볼륨 큰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라, 볼륨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제겐 단점입니다. 하지만 이 빠른 스타일의 문명 게임을 제대로 하게 되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아직 분명히 남아있거든요. 보통 저는 1판하면 기대가 싹 사라지고 판매하는 편이라 이런 느낌은 제게 있어 굉장히 드물고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이번 글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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