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 퍼스트 클래스 : "러시안 레일로드의 후속작?"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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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2 오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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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셋컬렉션, 카드 드래프트

플레이 타임 : 60분 (1인 당 20분)

플레이 인원 : 1-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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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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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차게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차 특유의 '덜컹덜컹' 하는 리드미컬한 소리를 참 좋아하는데... 보드게임에서는 그 특유의 기분이 전혀 들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소장하고 있는 기차 게임도 극소수 입니다. 오늘은 제가 가진 수 많은 게임 중 딱 두 개 뿐인 기차게임 – 티켓 투 라이드와 퍼스트 클래스 중 후자인 퍼스트 클래스를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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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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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클래스는 기본 카드와 5개의 모듈 중 2개의 모듈 카드를 섞어 게임을 진행합니다. 어떤 구성이냐에 따라 게임의 성격이 달라지는 특성상, 전반적인 내용만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기 차례가 되면 단 하나의 행동만 하면 됩니다. 보드 위에 늘어진 카드 중에서 한장을 가져와 해당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어떤 모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카드의 효과가 제법 다르지만, 즉시 보상을 해주는 카드 / 계약을 완료해야 보상을 해주는 카드 / 기차의 선로를 연장하는 카드 / 점수를 폭발적으로 늘려주는 카드 등 자기만의 역할을 가지고 개성을 뽑냅니다.

퍼스트 클래스에는 재미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이 눈여겨 보는 카드를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해서 마음을 놓아선 안됩니다. 각 줄에서 인원 수 만큼 카드가 빠지게 되면 해당 줄은 게임에서 완전히 제거 되기 때문에, ‘어?’ 하는 사이에 원하던 카드를 잃는 불상사를 당할 수 있거든요. 어느 카드를 가져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가져가느냐도 굉장히 중요하지요.

게임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콤보가 존재합니다. 라운드 종료시마다 지나온 열차의 노선을 확인하고 해당 노선에 있는 특수 능력을 원하는 순서로 발동 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 도중 획득한 동전을 보관하고 있다가 자기 턴에 원하는 만큼 소비하여 다양한 추가 액션을 취할 수 있습니다. 열차의 길이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보너스 효과를 취하거나, 승무원을 앞으로 전진시켜 점수 확보 영역을 늘리는 등 깜짝 전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특히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지금껏 쌓아온 것에 대한 총점을 계속 먹이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 수록 득점의 양의 커집니다. 기존 러시안 레일로드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이렇게 게임뿐만 아니라 모듈마다 제공하는 다양한 점수 득점 방식을 통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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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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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퍼스트 클래스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안 레일로드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질주하는 기차를 표현하듯 점수를 뽑는 시원시원한 맛이 있는 게임이죠. 그러나 저와는 좀처럼 맞지 않는 게임이었습니다.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는 자유분방함을 좋아하는 제겐 소수의 득점 루트만 집요하게 파고 들어야 하는 과정이 즐겁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러시안 레일로드는 답답하다는 이미지만 남기고 제 머리속에서 차츰 지워졌습니다. 그렇게 잊혀진 러시안 레일로드를 1인당 20분(!!) 으로 압축시킨 퍼스트 클래스가 나올줄이야…!

자, 퍼스트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1. 잘 만들어진 아이콘

아이콘만으로 진행되는 게임은 대개 둘 중 하나의 평을 받습니다. 간결하고 명료한 아이콘을 통해 수월한 진행을 보이며 호평을 받거나 난해한 아이콘으로 인한 더딘 진행 때문 혹평을 받죠.

퍼스트 클래스는 시각적으로 굉장히 복잡합니다. 조그만 카드, 타일, 토큰들이 테이블 여기저기 위에 뿌려져 있기 때문에 정갈한 느낌이 없죠. 게다가 중앙의 테이블의 카드가 자주 교체 되며 콤보가 펑펑 터져대는 등 게임의 템포가 상당히 빠르기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산만함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수 많은 카드와 능력을 눈으로 빠르게 이해하고 전략을 짜야하죠. 결국 카드의 직관성이 중요해집니다.

퍼스트 클래스의 아이콘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복잡 오묘한 추상적인 그림은 내다버리고 각 아이콘이 어떤 기물을 나타내는지 정확히 표현하고 있죠. 덕분에 각 카드가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진행에 걸림돌이 없어요. 저 작은 카드에 수 많은 카드의 효과가 글로 적혀 있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고통스러운 게임이 되었을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2. 하나를 알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관통한다

초심자들이 보드게임을 접할 때 ‘게임이 어렵다’는 인상을 주는 요소는 다수 존재합니다. 복잡한 용어, 장시간에 걸친 진행, 명확하지 않은 흐름, 불편한 인터페이스 등이 있겠군요.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건 역시 ‘지나치게 많은 행동 선택지’ 입니다.

아그리콜라 같은 일꾼놓기류의 게임이 가르치기 쉬운 것은 ‘네 차례 때 일꾼을 놓고 해당 액션을 해’ 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행동을 아는 것만으로 게임 내 모든 것을 탐험 할 수 있다는건 참 놀라운 일입니다 (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요). 그리고 이 간단한 행동 하나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타이밍, 견제, 테크트리 싸움은 많은 사람들이 아콜을 계속 즐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죠.

퍼스트 클래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카드를 가져온다는 행동 하나가 게임의 모든 것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단 한가지. ‘어떤 행동을 하는가’가 아닌 ‘무엇을 가져오는가’ 하나 뿐입니다. 이 고민 하나에서 다양한 전략이 파생 되고 콤보가 태어나며 견제가 이뤄집니다. 물론 동전을 적재적소에 소비하며 콤보를 짜는건 또 다른 문제지만, 그래도 간단한 행동 하나만으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건 마찬가지.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는 요즘 추세를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일이지요.

3. 인터액션

얼핏보면 퍼스트 클래스는 인터액션이 부족한 게임으로 보입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콤보를 터트려도 다른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끽해야 차량을 빨리 늘려 원하는 보너스 타일을 가져가거나, 종점에 빨리 도착하여 선착순에 따른 점수를 먹는 것 정도죠.

그러나 퍼스트 클래스엔 강렬한 인터액션이 존재합니다. 바로 테이블 위에 깔린 카드를 가져가는 과정에서 인원 수 만큼의 카드가 빠지면 해당 줄에 함께 깔려있던 나머지 카드가 버려지는 규칙이죠. 퍼스트 클래스에서 카드를 주워갈 수 있는 횟수는 총 18번으로 상당히 한정적입니다. 원하는 카드가 눈 앞에 폐기처분 되는 것은 꽤나 속쓰린 일이죠. 의도한 일이든 의도하지 않은 일이든 !반드시! 이런식으로 버려지는 카드가 나옵니다.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규칙을 꼽으라면 바로 이 규칙을 꼽고 싶습니다. ‘누군가 내 카드를 가져가진 않겠지?’ 하는 고민도 모자라 ‘다른 사람 때문에 내 카드가 버려지진 않겠지?’ 하는 추가적인 심리적 압박감이 아주 즐거웠거든요.

4. 콤보

폭발적인 콤보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게임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자잘한 콤보들이 존재하지만 역시 그 콤보의 핵심 축이 되는 것은 돈입니다. 좌측부터 차례대로 쌓여가는 동전들을 활용하여 객석을 늘리고, 열차/승무원을 이동시키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거든요.

돈의 활용법은 다양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돈을 사용하며 전략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윤활제로 쓰는가 하면, 돈을 묵묵히 쟁여두다가 한번에 쏟아부으며 폭발적으로 열차의 길이를 늘리거나, 열차/승무원을 최대한 멀리 이동시키며 또 다른 콤보의 토대를 만들 수도 있죠. 점수가 부족하다 느끼면 승점 카드를 구입할 수 있으며 그조차 애매하다면 그냥 승점으로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정말 활용 범위가 넓죠.

특히 돈이 쌓이면 쌓일 수록 능력이 강화되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1원의 차이 때문에 쓸 수 있는 능력이 다를 때, ‘정말 지금 써야 할까?’ 하는 고민거리가 생기는데 이게 꽤나 즐겁더군요.

자, 그럼 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1. 모듈이란 이름의 양날의 검

퍼스트 클래스를 언급할 때 반드시 나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모듈이죠. 여러가지 모듈 중에서 두 가지를 섞어쓰는 방식 때문에 매번 게임의 성향이 달라지는 특성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독특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파생되는 무시못할 단점들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세팅과 정리의 문제점 입니다. 모듈을 꺼내고, 종류별로 섞고, 모듈에 따라 필요한 토큰을 준비하는 등 세팅이 제법 귀찮습니다. 물론 한동안 같은 모듈만 계속 사용할거라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적당히 라운드별로 카드를 나누어 보관했다가 다시 꺼내쓰면 되니까요. 그런데 새로운 모듈을 써보고 싶다면 카드를 나누고, 모듈별로 분리 한 뒤 모듈을 교체한 뒤 다시 섞어야 합니다. 매번 모듈을 바꾸고 싶다면? 말할 것도 없죠. 카드가 세팅/정리의 80% 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하면 금세 할 수는 있습니다만 확실히 귀찮습니다. 세팅/정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수의 카드 + 토큰 + 개인보드 등으로 인한 테이블의 난잡함도 꼭 언급하고 싶네요.

둘째는 모듈의 밸런스 문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모듈 하나하나의 밸런스 문제가 아닌, 어떤 조합의 구성이냐에 따라 특정 전략이 강세를 보이는 전략의 밸런스 문제입니다. 단점이라 콕 집어내긴 했지만 이건 시스템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모듈을 섞는 방법이 20가지나 되는데다(엄밀히 말하면 A & B 나 B & A 나 똑같으니 10가지지만) 모듈의 특성, 인원 수, 카드의 배치 같은걸 모두 따져가면서 완벽히 밸런스를 맞출 수는 없으니까요. 이 점을 기억하세요. 모듈을 섞어서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건 그만큼 퍼스트 클래스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의미지, ‘밸런스가 뛰어난 여러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2. 난잡한 콤보

퍼스트 클래스의 장점은 하나의 행동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즐기려면 결국 콤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 콤보가 제법 변덕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원시원하게 터지는 콤보는 통쾌한 맛도 있지만 동시에 다소 정신산만한 분위기를 연출 합니다. 일정한 형태를 가진 콤보가 아니고, 그 길이와 흐름이 자유분방 하기 때문이죠.

경험자들끼리 즐기는 퍼스트 클래스에선 문제가 되지 않지만 초보자들이 다수 끼어있는 게임이라면 조금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콤보의 타이밍 및 처리 순서를 꾸준히 확인 해주어야 하거든요. 나의 게임을 하기보단 그들의 게임에 더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다행히 게임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금세 배우고 따라 할 수 있을겁니다.

전반적으로 러시안 레일로드 보다는 훨씬 더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러시안 레일로드 특유의 폭발적인 점수를 고스란히 즐기면서 훨씬 더 빠르고 가볍게 즐길 수 있거든요. 러시안 레일로드가 너무 묵직하고 느리게 느껴졌다면 퍼스트 클래스를 접해보세요. 퍼스트 클래스만의 고유한 시스템을 맛보면서도 러시안 레일로드의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러시안 레일로드를 너무나도 좋아한다면 퍼스트 클래스는 구태여 해보지 않아도 될 게임입니다. 러시안 레일로드가 주는 중후한 무게와 냄새가 퍼스트 클래스에는 담겨있지 않거든요.

두 게임 모두 다른 소비자층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인상을 주는데도 누가 더 낫다고 결론 지을 수가 없군요. 퍼스트 클래스를 즐기느냐 러시안 레일로드를 즐기느냐.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내가 캐쥬얼한 게임을 즐기느냐 중후한 게임을 즐기느냐 스스로에게 물어보는게 올바른 순서로 보입니다.

블로그 :: https://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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