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관련 사이트들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부터 이 주제로 한 번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아직 보드게임에 입문한지 얼마 안된 제가 괜히 주제넘게 이야기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딴지거는 느낌으로 글이 읽힐까봐 걱정되서 주저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무한님이 정리해주신 보드게임 사이트들을 쭉 다시 둘러보고 나니 적어볼 용기가 생기네요.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제 기준으로 느끼기에, 보드게임 관련 사이트 대부분이 디자인 측면에 많이 신경을 안쓰고 있구나 싶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 포함해서요.
처음 보드게임긱이란 사이트를 알고, 전세계 최대 보드게임 커뮤니티라길래 굉장히 잘되어 있을 줄 알고 두근대면서 들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첫 메인 화면을 보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정보야 많지만 그 정보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긱 랭킹이 그렇게 유용하데서 한 번 들어가 본 거였는데, 메인화면 어딜 봐도 랭킹 관련된 메뉴가 하나도 없고 글만 잔뜩잔뜩.
영알못인 저에겐 혼란함이 두 배였습니다.
알아보고 싶은 게임을 검색해 들어가도 질문글 따로 이미지 따로...
제가 느낀 보드게임긱의 첫인상은, 정말 'geek'스러운 사이트였어요.
물론 지금도 그 인상은 변함 없습니다.
당최 어디를 가야 내가 원하는 정보가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어느 정도 검색해보면 보드게임긱 사이트 이용법에 대한 글을 감사하게도 작성해주신 걸 볼 수 있는데,
한 사이트를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면 그는 실패한 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카드하우스에 들어갔을 때는, 상단에 있던 재패니메이션틱한 여자 캐릭터가 반겨줘서 거기서 또 충격을 먹었네요.
내가 무슨 사이트에 들어온 건지 알 수 없게 만들어주는 그 헐벗은 여성캐릭터와,
지금도 정말 딱 '우리 이거 입고됐구 이거 세일하고 있는데 꼭 너희에게 알려주고 싶어!' 라는 마음만 느껴지는 무성의한 메인 배너.
메뉴 디자인과 폰트도 00년대 감성이 물씬 느껴졌네요.
그나마 요새는 여성캐릭터가 사라지고 카드하우스 로고로 대체되서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국내 사이트에 대해 언급하는건 관계자분들도 보라에 자주 들어오시는 것 같아서 굉장히 조심스럽네요.
그래도 딱 한 군데만큼은 꼭 적고 싶습니다.
바로 위펀 인데요.
저는 처음 이 사이트를 접속했을 때, 굉장히 작은 규모의 잘 안알려진 그런 사이트일 줄 알았습니다.
메인페이지가 정말 충격적이에요.
가장 크게 걸린 메인 배너의 문구, 디자인이 엄청나더군요.
'쥐돌이와 고냥이의 한 판 승부' 라는 글이 제가 처음 초등학교 컴퓨터 시간에 한글 97로 적어 봤던 폰트와 컬러로 젹혀있는 끔찍한 그 배너.
심지어 그 배너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정작 게임은 품절입니다.
꼭 마이스 앤 미스틱 뿐만 아니라 배너에 걸린 트레이딩 카드 두 종도 품절이에요.
스크롤을 밑으로 내려보면 있는 MD 초이스 중 화이트채플, 촐킨은 품절이고 아키올로지 구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품이라고 뜹니다.
이 쯤 되면 일종의 블랙유머인 걸까요?
이 때 제가 충격 먹었던 모습 그대로 1년 넘게 그대로 인걸 보면 아예 홈페이지 관리는 안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게시판 메뉴는 이렇게 깨져있고 이 게시판 중 현재도 제 기능을 하는 곳은 세네군데 정도 밖에 없네요.
일단 이 글의 주제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적어야 하는게 맞지만,
그래도 위펀에 대해 아쉬운 점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1. 게임 상세 설명이 정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정말 매니아들을 위한 사이트이구나 하고 느끼게 한 건 이 점입니다.
알 사람들은 알아서 사라는 식으로 보드게임긱에서 퍼온 사진 몇 장과 긱링크, 플텍 사이즈 정도만 제공해주는데요
그나마 이러한 정보가 아예 없는 게임도 부지기수 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 불친절하게 느껴져요.
2. 입고등록방식이 너무도 이상합니다.
보통은 비공개 글로 다 등록 해 놓은 뒤 입고 공지와 함께 '짠!' 하고 공개하는게 일반적인 것 같은데
위펀은 그냥 ㄱㄴㄷ순으로 게임을 하나하나 등록합니다.
심지어 공지 등록도 굉장히 늦습니다.
그래서 입고 공지 올라온 거 보고 들어가면 이미 인기 품목은 한참 전에 품절이죠.
위펀의 게임입고일이 되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새로고침만 계속 눌러야합니다.
마르코폴로 입고 기다리느라고 3주 동안 입고일마다 계속 새로고침하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네요.
공격적으로 적지 않게 조심한다고 했는데 위펀을 너무 비판한 건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위펀 정말 다양한 게임을 수입해주고, 각종 게임 보조 액세서리나 트레이들도 많아서 자주 신세지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자체가 아무래도 많이 대중화되지 못한 취미생활이다보니 이런 사이트 디자인 측면으로는 투자하기 힘든 걸까요?
아니면 딱히 사이트 디자인이 그 사이트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주지 못하는 항목이라 그런 걸까요.
수 많은 사이트가 피터지게 경쟁중인 패션 관련 사이트들은 이런 쪽으로 굉장히 많이 신경쓰는 것 같아서 한 편으론 부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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