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 - 워드슬램 리뷰 : "단어로 하는 단어 맞추기 게임"

너굴너굴

3,455

2018-2-15 오전 9:42

IP: 208.70.***.***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5

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파티게임, 팀게임, 단어게임

플레이 타임 : 45분

플레이 인원 : 3-99인

=====

시작하며

=====

오랜만에 실시간 팀 경쟁 게임을 리뷰하네요. 오늘은 제한된 단어로 정답을 맞추는 게임, 워드슬램을 리뷰합니다.

=====

규칙

=====

플레이어들을 두 팀으로 나눈 뒤 팀장을 한명씩 선출합니다. 그리고 각 팀장은 105개의 단어카드를 받아든 뒤 함께 문제 카드 200장 중 하나를 뽑습니다. 문제 카드엔 6개의 단어가 적혀 있는데, 주사위를 굴려 무작위로 문제를 선정 합니다.

시작신호와 함께 각 팀장은 손에 든 단어 카드를 자기 팀 랙(카드를 올려놓는 틀)에 올리며 정답을 설명해야 합니다. 카드를 겹쳐 놓거나 분리하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도 허용되죠. 양 팀은 상대팀의 힌트를 볼 수 없지만, 상대팀이 외치는 정답을 듣고 참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정답을 맞추면 그 팀이 문제 카드를 가져가며 1점 획득합니다. 이렇게 반복하다 약속했던 라운드 수만큼 진행되면 그동안 가져온 문제 카드의 수를 비교합니다. 더 많은 정답을 맞춘 팀이 승리합니다.

=====

감상

=====

워드슬램과 비슷한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신 아이콘에 큐브를 올려놓으며 정답을 설명하는 독특한 형태의 게임, 컨셉트입니다. 다채로운 색상의 큐브를 이용하여 각각의 컨셉트를 나타낸다는 발상, 다양한 형태로 큐브를 늘어놓으며 강조 & 설명하는 자유로움,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부터 미디어에 친숙해야 알 수 있는 것까지 포용하는 다양한 주제까지. 둘이서 문제를 함께 낸다는 바보같은(…) 규칙을 제외하곤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게임이라 정말 좋아합니다.

워드슬램의 설명을 들었을 때 컨셉트의 잔상을 보았습니다. 컨셉트인데 팀 대결이라니!? 엄청 재밌을거라 생각하며 바로 구매했죠. 그리고 실제로 워드슬램을 접해 본 뒤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일단은 워드슬램의 특징과 장점부터 이야기 해보고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팀 대결

컨셉트의 문제점 중 하나는 개인전에서 오는 실력 & 지식 차이입니다. 다양한 힌트를 하나로 조합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게임 내내 구경만 하게 됩니다. 전혀 모르는 것이(예를 들면 듣도보도 못한 영화) 문제로 나오면 맞출 길이 없죠. 이렇게 정보를 짜집기 하는 능력과 어느정도의 지식이 필요한 게임이다보니 나이, 문화, 성별 같은 요소가 큰 영향을 줍니다.

워드슬램에선 팀이란 이름의 집단지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서로의 부족한 지식을 보완하죠. 게임 내내 감이 오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생각나는걸 툭툭 던지다보면 우리 팀 중 누군가가 맞출지도 모르니까요. 이러다보니 직접적인 기여를 못해도 간접적으로 팀에 공헌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집니다.

누군가 1명쯤 방치되는 컨셉트와 달리 모두가 으쌰으쌰! 하며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은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었어요.

자, 그럼 워드슬램을 미련없이 장터에 내놓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네? 장점이 하나 뿐이냐고요?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만 아래 언급할 단점들이 1:1로 상쇄시킵니다. 그래서 따로 단점에서 함께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 귀찮기 짝이 없는 단어찾기

워드슬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속도전 입니다. 아무리 좋은 힌트를 주더라도 속도가 느리면 상대방이 먼저 정답을 맞추고 말죠. 이렇게 단어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도 경쟁의 일부로 작용합니다. “야 뭐하냐! 힌트 좀 빨리 줘!” 하고 닥달하는 재미도 있고요. 그러나 속도 경쟁이 주는 재미에 비해 번거로움과 귀찮음이 정말 너무나 큽니다.

워드슬램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단어 찾기가 정말 불편합니다. 105장의 단어 카드를 한 손에 들고(혹은 빡쳐서 바닥에 내려놓고) 하나씩 슥슥- 넘기면서 원하는 카드만 골라내야 하는데 정말 귀찮아요. 카드 다루는게 익숙한 제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카드에 서툰 분들은 얼마나 답답하게 느낄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단어 덱을 빼고 다른 방식을 이용하는게 낫지 않겠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단어 덱이야 말로 워드슬램을 워드슬램으로 만드는 핵심 시스템인지라… 도저히 대체 방안이 보이질 않네요.

2. 양날의 검 – 오답을 통한 추측

다른 팀의 오답을 통해 정답을 추측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게 보였습니다.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기대했던 요소였어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즐거운 경험만은 아니더군요.

첫번째 문제점으로 답을 주워먹는 일이 제법 자주 일어납니다. 상대팀이 “부자!” 하고 외쳤는데 잽싸게 “백만장자!” 하고 외치면서 정답을 날치기(…) 하는 상황을 뜻해요. 부자와 백만장자는 그나마 양반 입니다. “…스폰지밥?” 했는데 상대측에서 “네모바지 스폰지밥!” 하며 정확하게 정답을 맞추는 일도 벌어지죠.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다보면 점차 적극적으로 답을 외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주워먹기를 견제하느라 팀원 간의 회의 & 정답시도가 확연히 줄어들게 돼요. 팀 게임인 만큼 나열된 단어를 보고 함께 추리하고 정답을 맞춰야 하는 게임인데 상대팀이 때문에 아주 소극적으로 의견 교환을 하죠. 결국 팀원끼리의 시너지보단 팀원 개개인의 실력에 더 의존하는 게임이 되고 맙니다. 정답 주워먹기야 룰을 통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다지만 처지는 분위기는 어찌 할 도리가 없더군요.

물론 주워먹기에 개의치 않고 신나게 오답을 던져대는 멤버들이 있다면 뭔들 안즐겁겠냐만… 예상보다 처지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3. 결국은 비슷한 표현

누군가 정답을 맞추게 되면 상대방 팀은 어떤 힌트를 얻었는지 궁금해지는건 당연한 일. 게임 직후 자연스럽게 “우리 팀은 이런 힌트를 받았다. 너희 팀은 어땠냐” 이런 대화가 오가며 서로의 단어 틀을 공개하게 되는데요. 워드슬램에선 두 팀장이 사용한 단어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차이점이라고 해야 단어의 배열, 위치, 묶음 정도일 때도 있어요.

단어의 폭이 생각보다 좁은데다 의미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코드네임즈나 컨셉트에 나오는 단어/그림은 상당히 중의적입니다. 의미가 다양하다보니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응용이 가능하지요. 그런데 워드슬램에 이용되는 단어 카드는 구체적이기 때문에 상대팀과 별 다를게 없는거예요. 이렇다보니 단어를 응용하는 재미가 크게 떨어집니다. 함께 묶고 나누고 하는 정도론 한계가 있어요. 설명의 폭을 늘리려면 단어의 양을 늘리면 되겠지만, 이렇게 되면 1번의 문제가 더욱 부각 됩니다. 105장도 번거로운데 단어카드가 200장, 300장이 되면 어떻겠어요.

결과적으로 다른 파티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뭐? 저걸 저런식으로 설명 할 수 있어?” 하고 감탄하는 즐거움이 예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작가가 워드 슬램을 통해 어떤 재미를 만들어내려 했는진 보입니다. 그러나 아쉽게 저와는 맞지 않는것 같네요. 표현력이란 측면에선 사람들의 창의력을 한계까지 끌어내는 코드네임즈와 컨셉트가 있으니 워드 슬램이 나설 곳이 없습니다. 단어로 정답을 설명해야 하는 팀 & 실시간 게임이라면, 특정 단어를 쓰지 않고 정답을 설명해야 하는 타부 같은 게임이 존재하니 워드슬램이 등판 할 일이 없죠. 계륵이란 단어가 생각나는 게임입니다.

여러모로 기대치가 높았으나 아쉬움이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미련없이 방출!

=====

살까? 말까?

=====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 실시간 & 팀 경쟁 게임을 찾고 있어.
* 영어 단어를 활용한 게임을 찾고 있어.
* 컨셉트 / 코드네임즈의 느릿한 템포는 내게 맞지 않아.

이런 분들은 조심하세요

* 컨셉트 / 코드네임즈를 아주 재밌게 즐기고 있어.
* 컨셉트 & 코드네임즈에 담긴 상상력 & 언어유희를 좋아해.
* 남들보다 빠르게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게임을 좋아해.

블로그 :: https://www.raccooncave.com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너굴너굴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